


첫 장

P. 17~18
애초에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이유도 일손이 부족해서였다. 반도회관 사장님은 우리 아빠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친한 남자 친구이다.
P. 20
아무리 장례식장이라도 아빠 친구가 하는 곳이 좋다. 집에서도 멀지 않고 1.300엔이라는 시급도 매력적이었다.
P. 28~29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나에겐 한 가지 능력이 있다. 기(氣)에 민감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 성가실 만큼 전해지거나 상대의 온몸에 깃들어 있는 생각을 느낀다. 살아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도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영감(靈感)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로 인해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불안하기도 했지만, 좋은 시급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몇 번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이에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단지 영혼이 보이거나 기를 느끼는 것뿐이다. 실제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P. 40
“그 말씀을 들으니 장례식은 돌아가신 분보다 남은 가족을 위한 의식 같네요.”
“그래. 아무리 가족이라도, 이 세상을 떠났다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이런 식으로 후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승화하는 수밖에 없지. 장례는 그런 자리이기도 해.”
그런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돌아가신 분을 위한 자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새로운 발견은 신선한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P. 41
“사토미 씨, 고인에 관해서는 유족분들에게 들으셨죠? 그렇다면 고인이 웃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 "
“내 눈에는 여러 가지가 보이거든"
“(...) 나와 똑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P. 64
“믿지 않겠지만 조금 전에 영정 사진의 여성분이 제게 줬어요. 1층에서 가방을 들어달라고 해서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거든요"

P. 66~67
불의의 사고였다고 한다.
저녁 찬거리를 사러 슈퍼에 갔다가 큰 사거리에 설치된 보도교의 맨 위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밑으로 떨어지는 동안 단단한 콘크리트 계단에 머리와 커다란 배를 몇 번이나 부딪혔고, 그 탓에 병원으로 실려 가는 도중에 숨을 거두었다. 배 속에 있는 아이와 함께.
P. 84
이렇게 일찍 작별 인사를 할 줄 몰랐어. (...)

P. 97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떤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했다 해도 인간에게는 반드시 끝이 있다. 남겨진 사람들은 죽은 자를 애도하고 슬퍼하고 배웅하며 가끔은 삶에 대해 생각한다. 면면히 이어지는 슬픔의 감정은 시대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인간의 그런 근본적인 부분을 받아들이는 공간이 바로 반도회관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마지막 시간. 그 시간에 관여하는 게 나에겐 매우 숭고한 일처럼 여겨졌다.
P. 131
“이 아이를 위해 이를 악물고 버텨왔는데, 그 버팀목을 잃어버렸으니 얼마나 슬프겠어? 양친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괴로울 거야. 누군가를 위해서 살면, 사람은 그것만으로 강해질 수 있지. 그걸 대신할 만한 삶의 목적이나 마음 둘 곳을 찾으면 좋으련만…….
P. 139~140
“ (...) 죽음은 결국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이 문제니까요. 죽음을 어떻게 인정하느냐, 어떻게 포기하느냐. 유족이 마음속으로 매듭을 지으면 대부분 죽은 사람도 받아들이는 법입니다."
P. 213
“자살한 사람도 이 세상에 미련이 많겠죠?"
“아니야, 자살하는 사람은 의외로 후련하게 생각해.(...)."

P. 275
“세상에는 사랑받은 기억만으로도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아. 가까운 곳에서 남편의 존재를 느꼈다면 나오 씨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야."


죽은 이에게는 이승에서의 삶이 끝나고 저승에서의 삶이 시작되고, 산 이에게는 죽은 이를 추억하면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장례식장이라는 이색적인 배경으로 각양각색의 사연과 슬픔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생각해 보았다.
죽는다는 것은 한 개인의 결말일 수만은 없다. 남겨진 가족을 비롯하여 얽힌 관계들도 함께 상처를 받으며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떠나보내고 난 뒤 안타까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부와 명예 그리고 사랑과 배려, 과연 삶의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https://blog.naver.com/gwenys/223255967439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 나가쓰키 아마네
우리에게 장례식장은 죽은 자와 산 자가 ‘죽음’을 경계로 마주하는 곳이다. 삶과 죽음의 영역이 공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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