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 23
장도연과 나는 공채 개그우먼 동기이자, (...)
2018년 봄날, 도연이의 생일을 겸하여 우리는 2박 3일간의 외국 여행을 계획했다.
P. 36
"의학적으로는 뇌사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다른 장기들도 서서히 기능을 못하게 될 겁니다.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아이에게 고통을 줄 수도 있어요."
P. 61
온갖 잡동사니를 갖춰놓고 앉아 있는 나를 보고는 "아이고, 아주 난민이 따로 없네~" 하고 입을 놀리는 인간에게 상처받고, 앞뒤 없이 "힘내세요" 하고 다독이는 사람에게 위로받는다. (...)
적당히 비슷한 온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한 공간을 채운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참으로 위안이 된다. 그 시간 안에는 종이책도 읽고 노트북과 씨름도 할 수 있으며 피식피식 웃어 보이기도 할 수 있다.
P. 66
"아기 엄마!! 파이팅!!!"
그 밤을 버텨낼 힘은 한 인간의 입술에서 흩어져 나에게 파고들었다. 그 위대한 말의 언령이 그대로 나에게 스며들어 나는 또 그 밤을 살아냈다.
P. 72
오나미는 나보다 한 헤 늦게 태어났고 한 해 늦게 KBS에 입사했다. 어디 하나 비슷한 구석이 없는데 우리는 14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보내며 '찐틴'이 되었다. 워낙에 착한 성정을 가진 인간이라 손해에는 익숙하고 거절은 서툴며 〈인간극장 〉을 눈물 없이 보지 못한다. 지나치게 여린 마음을 가져서 그런지 얼굴이 참 예...예쁘...여린 마음을 가졌다. (찡긋)
P. 78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슬픈데 행복해서. 내 상황이 너무도 처참한데 친구가 있는 게 행복해서. 내 친구가 너무 좋은 사람이어서. 내 친구가 나를 위해 울어주어서. 내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어서. 그래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P. 88
"그라도 나는 우리 딸내미 살아 있는 게 좋어. 같이 있잖어유~ 약 받으러 오는 것도 나는 얼마나 행복한지 몰러~ 죽으면 약도 안 줄 꺼 아녀!"
P. 92
밤낮으로 켜 있는 형광등 아래서 잠을 청해야 하고, 방금 전까지 눈을 맞추었던 옆 침대의 사람이 다음 날 숨을 거두는 것을 덤덤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들은 이곳이 죽을 만큼 싫을 테지만 다른 선택지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P. 96
밤이 되면 소수의 사람들이 맨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잠을 청한다. 의자와 의자 사이의 공간, 수많은 보호자들의 발길이 닿았던 곳, 그곳이 비로소 잠시 몸을 눕힐 자리가 된다.
P. 97
한 공간 안에 누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는 잠시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잠을 청하는, 잠에서 깨어나면 이 모든 게 부디 꿈이기를 바라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어 둥글게 행복했으나 또 모질게 아픈, 여기 모든 이들의 이름 세 글자. 우리는 보. 호. 자이다.
P. 138
육체적으로 나에게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다고 느껴질 때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펼쳐 들었다. ‘인간이 저런 환경에서도 살아지는데’ 하고 생각하고 나면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 느껴졌다. 그도 그랬듯이, 이 세상 안에서도 분명 성취욕을 느낄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깨달음은 나를 의욕적으로 만들었다.
P. 144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P. 196
나는 서후와 이별을 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내 아이의 심장을 멈추어야 했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것을 해야만 했다. 나는 마지막 선택을 하기로 했다. 내 품에 안긴 서후의 몸이 참 아늑했다.
P. 197
"여보, 우리 그만하자. 서후를 이제 그만 보내주자."
남편이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울었다.

P. 200
심장이 멈추었다는 알림이 울렸다. 약을 중단한 지 20분 만이었다. 의사는 벌건 눈으로 서후의 사망을 알렸다.

P. 218
세상엔, 함부로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이 너무 많다.
P. 230
한 인간을 보호할 의무를 가지고 살아가던 우리는, 우리를 보호해 줄 누군가가 필요해졌다. 가끔 어린아이처럼 울었고 자주 좌절했다. 신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고통만 주신다는 말 따위는 믿지 않게 되었다.
P. 276
오직 서후라 부를 수 있는 서후의 유해는 2년째, 여전히 한쪽 가슴팍을 드러낸 부처님 옆에 자리하고 있다. 스님은 장에 갈 때마다 사탕을 사다가 서후 앞에 까 놓아두신다.




한 생명은 어머니란 존재의 희생을 통해서 세상에 나옵니다. 모성애라는 따뜻함으로 보살피던 자식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엄마의 슬픔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겁니다.
대부분 한두 군데 안 아픈 분이 어디 있겠습니까? 삶을 자만하지 말고 남의 아픔에도 배려와 귀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찰나생 찰나멸 (刹那生 刹那滅), 삶과 죽음의 경계는 하나란 뜻입니다. 언제 갑자기 이별할지 모를 소중한 사람들에 대하여 되돌아봅니다
https://blog.naver.com/gwenys/223256848832
너의 안부 - 성현주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대학병원. 이 책은 그곳에서 수많은 낮과 밤을 보낸 서후 엄마 개그우먼 성현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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