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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시작에는
두툼하게 살쪘던 달력
차고 기우는 달 따라
차츰 야위어가더니
벌써 열 하나의
동무들은 모두 떠나고
달랑 홀로 남아
세월 앞에 버티고 섰네.
아직도 내가
건강하게 살아 있으니
올해의 지나간 시간들
조용히 뒤돌아보며
차분히 마무리 잘하고
새해를 맞이하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가만가만 이야기하네.
기억해야 할 것
마음에 깊이 새기고
잊어야 할 것
까맣게 잊어버리고
새로운 희망이 용솟음치는
새해 새 아침을 받아들일 만한
깨끗한 가슴 하나 준비하라고
살며시 재촉하네.
- 정연복, 〈12월 〉

봄은 볼 게 많아서 봄
여름은 열 게 많아서 여름
가을은 갈 게 많아서 가을
겨울은 겨우 살아서 겨울
그러니 내 인생의 모든 계절이 좋았다
내 인생의 힘든 나날이 다 희망이었다
- 박노해, 〈내 인생의 모든 계절〉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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