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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편지

할머니의 봄날

by 뭉게구름! 2024.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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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아깝다

아이고야 고마운 이 볕 아깝다 하시던

말씀 이제야 조금은 알겠네

그 귀영탱이나마 조금은 엿보겠네

없는 가을고추도 내다 널고 싶어하시고

오줌장군 이고 가

밭 가생이 호박 몇구덩이 묻으시고

고랫재 이고 가

정구지 밭에 뿌리시고

 

그예는

가마솥에 물 절절 끓여

코흘리게 손주놈들 쥐어박으며 끌어다가

까마귀가 아재, 아재 하고 덤빈다고

시커먼 손등 탁탁 때려가며

비트는 등짝 퍽퍽 쳐대며

겨드랑이 민등머리 사타구니 옆구리 쇠때 다 벗기시고

저물녘 쇠죽솥에 불 넣으시던 당신

 

당신의 봄볕이

여기 절 마당에 내렸네

당신 산소에서 내려다보이는 기슭에는

가을에 흘린 비닐 쪼가리들 지줏대들 태우는 연기 길게 오르고

이따금 괭잇날에 돌멩이 부딪는 소리 들리겠네

당신의 아까운 봄볕이

여기 절 마당에 내려 저 혼자 마르고 있네

- 장철문, 〈할머니의 봄날〉

 

 

 

 

 

 

 

햇볕을 쬐며 꾸벅 잠이 들어도 좋다고만 생각했다. 아깝다고는 생각 못 했다. 고맙다고는 생각 못 했다. 그러나 당신 때문에 이제 봄볕 귀한 줄을 알게 되었다.

봄볕 받아먹고 자라는 생명을 키울 줄도 알게 되었다. 봄볕에 세상이 한층 밝은 곳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햇볕으로 무언가를 씻어 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문태준, 《가만히 사랑을 바라보다》에서

 

 

 

 

 

https://blog.naver.com/gwenys/223400015922

 

할머니의 봄날

볕 아깝다 아이고야 고마운 이 볕 아깝다 하시던 말씀 이제야 조금은 알겠네 그 귀영탱이나마 조금은 엿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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