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운 방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 김종길, 〈성탄제〉

이런 날 앓고 있던 자신을 위해서 아버지는 눈을 헤치고 가서 붉은 산수유 열매를 따 오셨다.
어두운 방 안, 바알간 숯불, 외로이 늙은 할머니, 펑펑 내리는 하얀 눈, 붉은 산수유 열매,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 신경림, 《처음처럼 》중에서

눈을 감아보라.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는가? 그가 보고 싶은가? 그의 생각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가?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그리하여 가슴까지 울렁거리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그를 사랑하는 것이다. 피하지 마라. 그 사랑을 받아들여라.
-《기죽지 말고 살아봐 》〈사랑〉중에서
https://blog.naver.com/gwenys/223301774498
성탄제(聖誕祭)
어두운 방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
blog.naver.com
댓글